매일기도문 2026년 4월 23일 목요일
매일기도문 2026년 4월 23일 목요일
아침 기도문
영원부터 영원까지 살아 계시며 역사의 처음과 마지막을 붙드시는 하나님 아버지,
사월의 목요일 아침에 주님 앞에 조용히 나아옵니다. 한 주의 끝을 향해 조금씩 기울어 가는 이 시간, 아직 금요일도 오지 않았고 주일도 멀리 남아 있는 듯하지만, 바로 이런 목요일의 자리에서 우리의 삶이 무엇을 향해 가는지를 다시 묻게 하시니 감사합니다. 봄은 어느새 한층 더 깊어졌습니다. 연초록이던 잎은 점점 짙어지고, 한때 찬란하던 꽃들은 서서히 흩어지며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의 짧음을 말해 줍니다. 그러나 주님, 지는 꽃만 있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자라는 잎이 있고, 사라지는 것만 있는 것이 아니라 더 깊어지는 생명이 있음을 봅니다. 이 계절의 흐름 속에서, 보이는 것은 잠시요 보이지 않는 것은 영원하다는 진리를 다시 배우게 하옵소서.
말씀을 붙듭니다. 빌립보서 3장 20절 우리의 시민권은 하늘에 있는지라. 하나님 아버지, 오늘 이 말씀을 제 영혼 깊이 새기게 하옵소서. 제가 이 땅에 발을 딛고 살아가지만, 궁극적으로는 하늘의 시민임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오늘의 일과 오늘의 책임과 오늘의 관계를 소홀히 여기지 않게 하시되, 그것들이 제 삶의 전부는 아님을 분명히 알게 하옵소서. 이 세상은 제가 영원히 머무를 집이 아니며, 제 삶은 결국 하나님의 나라를 향해 가는 순례의 길임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주님, 목요일은 참 묘한 날입니다. 시작의 긴장은 지나갔고, 마무리의 안도감은 아직 오지 않았으며, 사람의 마음이 가장 지치기 쉬운 날 가운데 하나입니다. 해야 할 일은 남아 있고, 몸은 피로를 느끼며, 마음은 쉽게 현실에 붙잡힙니다. 그러나 바로 이 목요일의 정서 속에서, 종말론적 소망이 얼마나 귀한지 깨닫게 하옵소서. 아직 완성되지 않은 오늘을 살면서도, 완성될 하나님의 내일을 바라보게 하옵소서. 아직 눈물과 수고가 남아 있는 세상 속에 있으나, 마침내 모든 눈물을 씻기시는 하나님 나라를 믿게 하옵소서. 아직 불의와 상처와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진 세상 속에 있으나, 마침내 의와 평강과 생명이 충만한 새 하늘과 새 땅을 소망하게 하옵소서.
주님, 그러나 그 소망이 현실 도피가 되지 않게 하옵소서. 하늘나라를 말하면서 오늘의 삶을 등한히 여기지 않게 하시고, 종말을 기다린다 하면서 오늘의 책임을 외면하지 않게 하옵소서. 오히려 장차 올 하나님 나라를 믿기에 오늘을 더 정직하게 살게 하시고, 주께서 다시 오실 것을 믿기에 오늘의 일터에서 더 성실하게 일하게 하시며, 마지막 심판을 믿기에 더 거룩하고 경건하게 살게 하옵소서. 종말론적 신앙이 막연한 두려움이 아니라 현재를 밝히는 등불이 되게 하옵소서. 내일이 하나님의 손에 있음을 알기에 오늘을 두려움 없이 살게 하시고, 마지막 승리가 주님의 것임을 알기에 현재의 작은 수고를 포기하지 않게 하옵소서.
오늘 제 삶을 주님께 드립니다. 일터에서는 하늘 시민답게 살게 하옵소서. 정직이 손해처럼 보여도 진실을 버리지 않게 하시고, 경쟁과 피로 속에서도 사람다움을 잃지 않게 하시며,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기보다 함께 살리는 길을 택하게 하옵소서. 관계 속에서는 하나님의 나라의 품격이 드러나게 하시고, 말 한마디에도 소망이 담기게 하옵소서. 짜증과 냉소가 아니라 온유와 인내가 흘러나오게 하시고, 사람을 소비하지 않고 존귀히 여기게 하옵소서.
주님, 건강을 위해 기도합니다. 종말의 소망을 가진다고 해서 오늘의 몸을 가볍게 여기지 않게 하시고, 이 몸 또한 하나님께서 맡기신 거룩한 도구임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피곤한 몸을 돌보게 하시고, 무너진 마음을 방치하지 않게 하시며, 쉼과 절제와 균형을 배워 가게 하옵소서. 제 육신의 연약함을 통해 오히려 영원한 생명을 더 사모하게 하시고, 쇠해 가는 바깥사람 속에서도 날로 새로워지는 속사람의 은혜를 알게 하옵소서.
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교회가 이 땅의 일에만 함몰된 공동체가 되지 않게 하시고, 동시에 하늘만 말하며 땅의 눈물을 외면하는 공동체도 되지 않게 하옵소서.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면서도 지금 이 자리에서 사랑과 정의와 거룩을 실천하는 교회가 되게 하옵소서. 설교가 종말의 두려움만 자극하는 말이 아니라, 다시 오실 주님을 소망하며 오늘을 바르게 살게 하는 복된 음성이 되게 하옵소서. 성도들이 장차 올 나라를 기다리며 현재의 삶을 더욱 빛나게 살아가게 하옵소서.
이 사회와 나라를 위해 기도합니다. 불안한 시대를 살아가며 사람들은 눈앞의 이익과 속도에 매여 살기 쉽습니다. 그러나 주님, 이 땅 가운데 영원을 사모하는 마음을 다시 일으켜 주옵소서. 정치와 경제와 문화와 교육의 영역 속에서도 사람이 단지 소비되고 경쟁하는 존재가 아니라, 하나님 앞에 선 존귀한 존재임을 기억하게 하옵소서. 절망의 언어가 넘치는 시대 속에서도 교회가 하나님 나라의 소망을 말하게 하시고, 그 소망을 삶으로 보여 주게 하옵소서.
주님, 오늘 목요일의 자리에서
아직 끝나지 않은 시간들을 성실하게 살아가게 하시고,
아직 이루어지지 않은 약속들을 믿음으로 기다리게 하옵소서.
사는 동안 하늘을 바라보되 땅을 사랑하게 하시고,
현재를 감당하되 영원을 잊지 않게 하옵소서.
다가올 하나님 나라의 빛이 오늘 제 발걸음을 비추게 하시며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저녁 기도문
역사의 밤과 새벽을 모두 주관하시는 하나님 아버지,
사월의 목요일 저녁, 하루의 수고를 마치고 주님 앞에 나아옵니다. 한낮의 빛은 물러가고, 봄밤의 공기는 한층 부드러우면서도 어딘가 쓸쓸한 기운을 품고 있습니다. 낮에는 환하게 빛나던 꽃들도 밤이 되면 조용히 제 빛을 감추고, 나무들은 말없이 서서 깊어지는 계절을 견딥니다. 주님, 이 목요일 저녁의 정서 속에서 제 삶도 돌아보게 하옵소서. 아직 한 주는 끝나지 않았고, 해야 할 일도 남아 있으며, 피로는 어깨에 남아 있지만, 바로 이러한 미완의 시간 속에서 하나님을 기다리는 법을 배우게 하옵소서.
말씀을 붙듭니다. 요한계시록 21장 4절 모든 눈물을 그 눈에서 닦아 주시니 다시는 사망이 없고 애통하는 것이나 곡하는 것이나 아픈 것이 다시 있지 아니하리니. 하나님 아버지, 이 말씀을 오늘 밤 제 영혼의 이불처럼 덮어 주옵소서. 이 세상에는 여전히 눈물이 있고, 사라지지 않는 통증이 있고, 설명하기 어려운 상실과 억울함이 있습니다. 저의 삶에도, 제가 아는 사람들의 삶에도, 이 나라와 세계의 곳곳에도 여전히 깨어짐이 남아 있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현실보다 더 큰 약속이 있다는 사실을 믿게 하옵소서. 마침내 하나님께서 친히 눈물을 닦아 주시는 날이 오고, 슬픔과 죽음이 끝나는 나라가 임한다는 소망으로 오늘 밤을 견디게 하옵소서.
주님, 오늘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합니다. 완전하지 않았지만 버티게 하셨고, 평탄하지 않았지만 지나오게 하셨으며, 흔들렸지만 무너지지 않게 하신 은혜를 감사합니다. 오늘의 노동과 대화와 생각과 감정 속에 하나님이 계셨음을 고백합니다. 때로는 지극히 평범한 하루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하나님의 자비가 한 겹 한 겹 덮고 있었기에 오늘이 무너지지 않았음을 압니다. 주님, 제가 특별한 일만 은혜로 여기지 않게 하시고, 살아 있음과 견딤과 지나옴 자체를 은혜로 받게 하옵소서.
그러나 이 밤에 회개도 올려드립니다. 종말의 소망을 말하면서도 오늘의 삶에서는 쉽게 조급해졌고, 영원을 믿는다 하면서도 눈앞의 일 하나에 마음이 무너졌으며, 하나님 나라를 입으로 고백하면서도 세상 나라의 방식대로 판단하고 반응했던 저를 용서하여 주옵소서. 다시 오실 주님을 기다린다고 하면서도 오늘을 거룩하게 살지 못했고, 하늘 시민이라 고백하면서도 땅의 욕심과 비교심과 불안에 휘둘렸던 제 마음을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주님, 오늘의 허물을 십자가의 은혜로 덮어 주시고, 더 맑은 영혼으로 내일을 맞게 하옵소서.
주님, 종말론적 소망이 이 밤 제게 실제가 되게 하옵소서. 단지 먼 미래의 위안이 아니라, 지금 이 밤의 피로를 해석하는 빛이 되게 하시고, 현재의 수고를 견디게 하는 힘이 되게 하옵소서. 세상이 완전하지 않기에 낙심하는 것이 아니라, 완전한 하나님 나라가 오기에 다시 일어나게 하옵소서. 오늘 억울한 일이 있었더라도 마지막 न्याय는 주께 있음을 믿게 하시고, 오늘 외로운 마음이 깊었다 할지라도 끝내는 하나님이 우리 가운데 거하실 것을 믿게 하옵소서. 오늘 몸이 쇠하고 마음이 약해져도, 부활과 영생의 약속 안에서 다시 희망하게 하옵소서.
제 삶의 현실을 위해 기도합니다. 남아 있는 피로를 어루만져 주시고, 내일 해야 할 일들을 지나치게 두려워하지 않게 하옵소서. 아직 이루지 못한 것 때문에 자신을 정죄하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께서 오늘도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음을 믿게 하옵소서. 건강을 지켜 주시고, 몸과 마음이 함께 회복되게 하시며, 깊은 잠 속에서 다시 힘을 얻게 하옵소서. 이 땅의 삶이 잠시라 하여 함부로 살지 않게 하시고, 영원이 기다린다 하여 현재를 허비하지 않게 하옵소서. 오히려 남은 시간들을 더 귀히 여기고, 오늘 밤도 거룩한 마음으로 보내게 하옵소서.
교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교회가 세상의 끝을 말하면서 세상의 아픔에는 무감각한 공동체가 되지 않게 하시고, 세상의 아픔을 돌보면서도 영원의 약속을 잃어버리지 않는 공동체가 되게 하옵소서. 장례의 자리에서는 부활의 소망을 선포하게 하시고, 고난의 자리에서는 하나님 나라의 위로를 전하게 하시며, 일상의 자리에서는 오늘도 임하는 통치로서의 하나님 나라를 살아내게 하옵소서. 성도들이 오늘의 직장과 가정과 거리에서 종말론적 소망을 품은 사람답게, 더욱 정직하고 더욱 따뜻하고 더욱 거룩하게 살아가게 하옵소서.
이 사회를 위해 기도합니다. 눈앞의 손익과 속도에만 매여 영혼을 잃어버린 시대를 불쌍히 여겨 주옵소서. 사람들 마음에 다시 영원을 사모하는 갈증을 주시고, 하나님 없이도 충분하다고 여기는 교만을 낮추어 주옵소서. 그러나 동시에 막연한 종말의 공포가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주어진 구원의 소망이 이 땅에 선명히 전해지게 하옵소서. 절망의 언어를 뚫고, 하나님 나라의 빛이 이 시대의 어둠 속으로 스며들게 하옵소서.
주님, 이 밤을 주께 맡깁니다.
끝나지 않은 일들을 붙든 채 잠들지 않게 하시고,
마침내 완성하실 하나님을 신뢰하며 쉬게 하옵소서.
목요일의 미완의 정서 속에서도 소망을 잃지 않게 하시고,
오늘의 땅 위의 삶을 성실히 살면서도
영원한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게 하옵소서.
오늘의 눈물은 장차 올 위로를 기다리게 하시고,
오늘의 피로는 다가올 안식을 소망하게 하옵소서.
예수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기도드립니다.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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